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면서 느끼게 된 것 중 하나가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누구에게나 똑같은 상황 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잡아야 하는 토끼의 마릿수도 많아집니다.)

가정을 꾸리고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은 딱 그와 같습니다.

경계조건을 봅시다.
1. 세 마리(가정, 일, 공부)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
2.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3. 누구나 나와 같이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저 친구는 직장생활이 나보다 편해서 공부하기 수월할거야!
그 친구는 주말에는 하루종일 독서실에서 살아!  공부량은 나랑 비교가 안돼!
그 친구는 애들이 다 커서 더이상의 케어가 필요없어. 공부 시간이 나랑 달라!


제가 일과 육아에 시간을 쏟아 공부시간을 얻지 못하면
부인에게 잘 하던 소리였습니다.

궁색하고 비겁한 변명이었습니다. 쓰고 보니 부끄럽네요.

 


누구나 똑같습니다. 나만 불리하고, 나만 특별한 상황이 아닙니다.
공부 할 시간은 하루의 일정시간을 분배해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위의 경계조건을 바탕에 깔고 공부를 하셔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공부를 하는 여러분의 상황이 특별하지 않고, 누구나 똑. 같. 습. 니. 다.


(나의 당시 상황)

저는 아이가 셋 인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결혼이 늦어 나이가 마흔이 넘어서야 첫 아들을 낳고 이후 쌍둥이가 생기면서
늦깍이 육아를 하던 시기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첫 째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는 사실은 다들 실감하실 겁니다.
쌍둥이 육아는 두 배가 아닌 제곱으로 신경이 많이 쓰이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이 부칩니다.

직장에서는 말 한마디 꺼내기도 어려운 강압적인 분위기라서
틈날 때 마다 공부한다는게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제 뒤에는 항상 직속 상사가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저를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
(본인은 아니라카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20년 넘게 같이 있었는데 그걸 모를까요)

이러다보니, 정말 좋은 핑계거리가 되더라구요.
육아에. 직장에 시달려서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말입니다. (부끄러움 2연타)


(나의 공부 시간-초기)

 

아이들을 재우고서 책을 펴들고 공부를 했습니다.
야근이 많은 직업이라 늦은 시간 귀가해도 꾸역꾸역 책을 폈습니다.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더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바쁘게 지나간 아이들의 영유아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기술사시험에 합격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조기술사에 필요한 공부의 절대량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분명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역학의 지식과 계산문제 연산능력, 논술문제의 해결능력은
한 두달만에 훌쩍 향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절대적으로 공부시간 확보가 필요했습니다.


(나의 공부 시간-초기 수정)

누구나 식사시간을 갖고, 누구나 잠을 자며, 누구나 일을 하고, 가정을 이끌어갑니다.
여기에서 나의 시간을 분배하는 방법은 '새벽' 뿐이었습니다.

새벽은 어둠에서 해가 뜨기 전을 이르는 말입니다.

하루동안 소진한 에너지를 보충하고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은 공부하기에 딱 좋은 시간입니다.

새벽 4시50분. 그 알람을 듣고 일어나는게 처음엔 너무 힘들더군요.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안되기에 억지로라도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알게 된 세수의 중요성...
세수 안하믄 찝찜한 상태로 있다가 다시 잠들기 딱 좋습니다.

스마트폰도 아예 안방에 놔두고 와야 합니다.
이거 옆에 놔두고 공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아시는 분들 많으시죠?

새벽에 기상하면 세수부터 하고 큰 기지개를 켜고는 자리에 앉아 공부할 분량과
어제 봤던 내용을 빠르게 읽어보고, 바로 진도를 나갔습니다.

아이들이 기상하는 7시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책상정리? 자료정리? ... 하면 안됩니다. 한 시간 훌쩍 지나버립니다.
오늘 해야할 분량을 채우려고 악착같이 공부해야 할 시간입니다.

당시 작성하던 논술 답안지

한참을 집중하다 보면 아이들이 잠에서 깹니다.
아이가 눈을 뜨고 제일 먼저 보는 모습은 아빠의 공부하는 모습이 일상이 되어버립니다.

곧바로 아이들 세수와 식사 및 출근, 학교, 유치원 등원준비를 해야합니다.
세 아이의 학교, 유치원까지 제가 차로 데려다 줘야 하니, 아침마다 전쟁입니다.

주말에는 가정에서 육아에만 집중했습니다.
주일에는 교회에 가므로 그 날 하루는 공부 안하는 날이었습니다.
맘 편하게 공부 안했습니다.


(나의 공부 시간-중기)

필기시험을 몇 번 보면서 점수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더욱 열을 올렸지만 독학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한계를 부인에게 얘기하고 토요일에는 스터디그룹에서 공부하겠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스터디그룹을 찾던 중 저를 멤바로 받아주는 그룹을 알게되어
그들과의 스터디로 독학의 한계를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 스터디그룹은 (보이지 않는)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같이 공부할 때는 2년, 3년 계속 같이 공부할 거 같은 생각이 들지만
한 사람, 또 한 사람 합격하면서 멤바가 빠지거나 충원되고
스터디그룹은 조금씩 초심을 잃거나 흔들리고 서서히 해체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스터디그룹에서는 공부의 방향성과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지하는 것과
공부 방법을 얻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두 번의 스터디그룹을 통해 알게 된 멤바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고마웠습니다.


(나의 공부 시간-말기)

스터디그룹이 해체되고 다시 독학모드로 돌아오면서
평일에는 계속 '새벽'공부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주말이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으로 갔습니다.
내 공부하려고 아이들을 데려왔지만, 막상 아이들 공부 챙기기에 더 급급했습니다.

학교와 학원에서 숙제를 한가득 받아온 큰 아들
한글을 일찍 떼고 책을 읽기 시작하는 쌍둥이들
도서관에 가서도 이녀석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한 구석의 나는 역학에, 교량공학에 가 있었습니다.
(이 마음이 중요합니다.)
(이 마음이 합격으로 이끄는 또 다른 나 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량이 어느정도 차고 점수도 50점대를 계속 유지하는 단계가 되자
공부에 대한 부담 보다는 어느 곳에서든 어느 시간에서든
서브노트를 보고 있는 내가 되어버렸습니다.


(가정에서)

가정은 내가 중심이 되어 구성된 가족의 생활공간이자 터전입니다.

공부 때문에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가정이 없으면 나 또한 그 의미가 없어집니다.

먹기 위해 살지는 않아도
가정을 버리고 살면 안됩니다.

육아는 배우자의 몫이 아니고 부부 공동의 몫입니다.
아빠가 해야할 부분이 있고, 엄마가 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공부라는 이름으로 육아를 나몰라라 한다면
아이들이 커서 아빠라는 이름을 나몰라라 하게 될겁니다.

주말에는 최대한 가정에 충실해야 합니다.

아들과 같이 설거지를 하고, 딸과 같이 DIY제품을 조립하면서
공원에서 자전거도 타고 산과 바다와 계곡으로 놀러가세요.

그렇게 해야 '공부만' 하는 아빠가 아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아빠가 됩니다.


(직장에서)

제가 다니던 직장에서는 상하관계가 분명하고 야근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저랑 같이 일하는 동직급 이하의 동료들에는 공부한다는 사실을 얘기했지만
상사에게는 말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상사는 알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봤는데 분명 눈치를 챕니다.)

저는 사무실에 책도 가져다 놓지 않고, 공부자료 또한 노출시키지 않았습니다.
(부하직원이 직장내에서 공부하는 것을 그대로 묵인하거나 보고 있을 상사는 없습니다.)

회사에서는 일 만 했습니다.
대관업무가 많아서 늘 관공서를 드나들며 협의와 인허가 업무를 하고
늦은 오후에 사무실에 들어와서야 밀린 일거리를 처리하거나 도면, 내역서를 작성하느라
야근이 많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이 지체되거나 인허가가 늦어지면 회의시간 외에도 늘상 타박을 하는터라
뭐하나 꼬투리 잡히는게 싫었습니다.

일과 공부가 완전히 분리된 생활을 하다보니
집에 오면 일걱정을 안하고 살았습니다.
내가 걱정한다고 일이 더 잘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도면 하나 더 그린다고 지지부진한 인가신청이 허가 되는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

1. 배우자와 충분히 얘기하고 육아의 부족한 부분을 기술사 취득까지 양해를 구합니다.
2. 주말에는 절대 육아에 전념하세요.
3. 주말에 학원을 다니시면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세요.
4. 직장에 책 가져다 놓고 공부하면 다들 안좋게 봅니다.
5. 하루중 2시간 이상 자신만의 공부시간을 확보하세요.
6.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마세요. 젊고 똑똑한 머리는 영원하지 않아요.

위의 내용은 권장사항이며, 개개인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토목구조기술사를 공부하신다면
독하게 마음 먹고 시작하세요.
시작하셨다면 저와 같은 비겁한 변명하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공부에 투자하세요.

여러분의 수험생활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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