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 필기시험 이력이 18회 정도 되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실수를 저질렀었습니다.
수험자가 시험 시작 전 또는 시험 중에 실수를 하게 되면 감독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제가 겪은 일을 기록합니다.
1. 시험중 볼펜이 안나올 때 (여분 없음)
토목구조기술사 첫 시험을 볼 때 필통을 챙기지 못해서
볼펜 한 자루와 TI계산기만 챙겨간 적이 있었습니다.
1교시에 한참을 적고 있는데 갑자기 볼펜이 나오질 않습니다.
흔들어보고 안되서 내부에 볼펜심을 보니 잉크가 하나도 없네요. ㅠ_ㅠ
조용히 손을 들고 감독님에게 용무가 있음을 알렸습니다.
감독이 내 자리로 오더니
감독님 : 무슨 일이신가요?
장수풍땅이 : 볼펜이 안나와요
감독님 : 여분 없으신가요?
장수풍땅이 : 넹. (없으니까 불렀지.)
두 분의 감독님은 교탁위와 자기네 몸을 뒤적거리더니, 여분의 볼펜이 없다고 합니다.
잠시 기다려 보라고 하더니 교실 문 밖에 시험관리원에게 물어보십니다.
역시나 여분은 없음.
결국, 교무실에 가서 볼펜 받아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음.
공단측에서는 이걸로 큰 문제 삼지 않음.
2. 시험중 계산기 건전지가 전부 소모되었을 때 (건전지 여분 없음)
위와 같은 토목구조기술사 첫 시험을 볼 때
볼펜 사태 이후 다음 교시에서 계산기에 건전지가 다 나가버려서 전원이 켜지질 않음
조용히 손을 드니, 감독님이 조용히 옆에 오십니다.
감독님 : 무슨 일이십니까?
장수풍땅이 : 죄송합니다만...이제는 계산기 건전지가...
감독님 : ㅠ_ㅠ (너 이 생퀴...)
역시나 교무실에 가서 건전지 받아옴.
그 시험은 20점 받음. (감독님 미안해요.)
3. 시험 시작 전 답안지 겉표지에 '종목명' 잘못 기재했을 때
토목시공기술사 두 번째 필기시험을 볼 때
시험 시작 전에 답안지 겉면에 종목명을 적을 때 일이었다.
토목구조기술사 필기시험을 10번을 넘게 치른 이력이 있다보니 종목명을 기재할 때 나도 모르게 '토목구조기술사'로 기재해버렸다.
수정테이프로 수정하려다가 조용히 손 들고 감독님에게 물어봤다.
장수풍땅이 : 답안지 표지에 종목명 잘못 기재했습니다.
감독님 : 아~ 그러면 답안지를 교체해야 합니다.
하면서 답안지를 새걸로 주십니다.
공단측에서는 답안지에 특정표시를 하면 부정행위로 규정합니다.
답안지의 겉표지 종목명이 아무것도 아닌듯 해도 사전 모의된 특정인임을 암시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4. 시험 시작 전 감독이 해당 교시의 문제지가 아닌 다른 교시의 문제지를 배부했을 때
토목구조기술사 필기시험 3교시 ( 몇회인지 기억은 안납니다.)
감독님이 답안지 배부 후에 시험 문제지를 배부합니다.
어? 3교시인데. 문제지는 4교시의 문제입니다.
장수풍땅이 : 어? 이건 4교시의 문제인데요. 지금은 3교시 입니다.
감독님 : 앗!!!!!
시험시작 2분을 남겨놓고 옆 교실과 복도에서 감독님들이 긴급하게 움직입니다.
교무실로 뛰어갑니다.
이윽고, 3교시 문제를 들고와서 다시 배부해줍니다.
자...이 교실의 수험생들은 모두 ( 감독의 실수로 ) 4교시의 문제를 봤습니다.
3교시 답안지를 제출하고, 교실 밖을 나서니
'시험관리'라고 인식표를 붙이신 분이 자신을 따라 이동하자고 말씀하십니다.
시험관리원 : 수험자님 저를 따라서 교실로 이동하실게요.
장수풍땅이 : 네? 왜요? 화장실 가야하는데...
시험관리원 : 다음 교시의 문제를 보셨으므로 따로 지정된 장소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장수풍땅이 : 왔더?!!!!
...관리원이 화장실에 따라옵니다. 헐~
장수풍땅이 : 저~ 담배 한 대 피워야겠는데요.
시험 관리원 : 네. 같이 가시죠
장수풍땅이 : 왔더?!!!! 같이 피우시나요?
시험 관리원 : 아뇨. 저는 담배 안 피웁니다.
...관리원이 흡연장소까지 따라옵니다. 비흡연자 이셔서 3미터 정도 떨어져 서 계십니다.
...장난끼 많은 눈으로 관리원을 쳐다봤습니다. 저랑 눈을 안마주치십니다. ㅋ
장수풍땅이 : 다음 교시 문제 유출건이 이전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나요?
시험 관리원 : 저는 관리원이 처음이고, 공단의 방침은 다음 문제를 보신 분들을 격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장수풍땅이 : 우리 잘못도 아닌데, 왜 휴식을 방해받아야 하나요?
시험 관리원 : 죄송합니다. 저도 방침을 따라야 해서 어쩔 수 없습니다.
장수풍땅이 : 밍숭맹숭 서 계시기 그럴텐데...담배 한 대 드릴까?
시험 관리원 : 아뇨. 저는 담배 안 피웁니다.
장수풍땅이 : ㅋㅋ 저랑 눈을 안마주치시네요.
시험 관리원 : ... ( 말 없이 먼산을 쳐다봅니다.)
흡연 후 시험관리원은 다른 교실로 안내해줍니다.
그 곳에는 4교시의 문제를 봤던 수험생들이 모여 있습니다.
시험 관리원 : 죄송합니다. 저희 실수로 4교시 문제가 유출되었습니다.
수험자 분들께서는 불편하시더라도 여기서 휴식을 취하시다가 4교시 시작 전에 해당교실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서는 책이나 교재를 보실 수 없으십니다.
수험생 : 이라는게 어딧노? 공단에서 잘 못 해놓고는...우리한테 책도 몬보게 하노?
시험 관리원 : 죄송합니다. 공단측의 방침이 이러하므로 양해부탁드립니다.
그렇게 10여분의 시간이 흐른 후 교실로 이동해서 4교시 시험을 봤었습니다.
그리고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문제를 봤어도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없었으므로...)
5. 시험중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을 때
시험에서 배탈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지만 그 시간대가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100분간의 시험시간중에서
시험 시작 후 60분 이내에 그러하다면 고통을 참으며 퇴실시간 60분을 견디셔야 합니다.
그러면 그 교시의 답안은 인정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60분을 견딜 수 없다면 답안지고 뭐고 필요없습니다. 그냥 나가셔야 하는데
그렇다면 그 교시의 답안은 인정 받지 못합니다. (자동 0점)
시험 시작 후 60분 이후라면, 답안에 집중해서 빨리 쓰고 답안을 제출하시면 되는데
고통속에서 집중이 잘 될리가 없습니다.
이 시험이 나의 마지막 시험이라 생각하고 답안을 작성...하기가 안됩니다.
시험 전에 반드시 화장실을 다녀오세요.
100분은 집중하면 짧지만 고통 속에서는 1분, 1초가 길게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6. 시험중 문제지의 오타가 있을 경우
토목구조기술사 필기 시험을 중에 다른 교실의 감독님 한 분이 노크하고 들어오십니다.
감독님 : 토목구조기술사 ㅇ교시 ㅇ번 문제의 내용 중 제시된 조건은 "ㅇㅇㅇ" 에서 "ㅁㅁㅁ" 으로 수정해서
답안을 작성해주시기 바랍니다.
인쇄 후 오타가 발견되어 안내해드리오니 양해부탁드립니다.
감독님은 다시 옆교실로 이동해서 똑같이 안내를 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해당 문제를 풀 능력이 없어서 오타 수정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ㅠ_ㅠ
시험 중 일어나는 자잘한 실수는 안해야겠지만
이후 발생한다면 그때마다 갱신해 나갈게요. (뭔 자랑이라고?)
여러분의 수험생활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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